"자, 이거 먹어라!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그랬겠니!"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된다. 그때도 지금처럼 한여름이었다.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두부를 사러 시장 내의 단골가게(어머니와 물건을 거래하던)에 가게 되었다.
주인아주머니가 두부를 가지러 간 사이 내 눈에 과일 진열대에 수북이 쌓여있는 빨간 자두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나는 군침이 돌면서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주인아주머니 몰래 자두 몇 개를 얼른 속옷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속옷 밖으로 손을 빼 볼록 튀어나온 데를 가렸다.
가슴이 쿵쾅쿵쾅 뛴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두부값을 계산한다고 돈을 내다가 그만 자두들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난 얼굴이 화끈거렸고, 조금 전보다 가슴은 더 뛰었다.
어떻게 집에까지 왔는지 모른다.
어머니께는 혼날까 봐 그 사실을 말씀드리지도 못했다.
제일 큰 걱정과 무서움은 아주머니가 당장이라도 달려와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바로 주인아주머니에게 가서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난 그날 밤 뒤척이며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그 다음날인가 다시 심부름을 시키는 것이 아닌가?
발걸음이 얼마나 무겁던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제발 주인아주머니가 아닌 주인아저씨가 계시면 좋으련만."

그러나 그 간절한 바람은 곧바로 깨졌다.
아주머니가 계셨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제 죽었구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그때였다.

"얘야  자, 이거 먹어라!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그랬겠니!"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아주머니는 그러면서 내 손에 자두 몇 개를 쥐여주시는 것이 아닌가?
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때 받은 자두 맛이 어땠는지 난 모른다.
그러나 날아갈 것 같았던 기분만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난 그 일로 용서가 무엇인지 배우고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용서를 어떻게 해주는 건지도 느끼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내가 오기만 기다리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나타나자 자두를 쥐어주심으로 용서를 친히 보여주셨다.
그것이 혼냄보다 내 마음속에 더 깊이 박혔다.

과일 가게에서 수박과 함께 4천원어치 자두를 산뒤 집으로 향하는 길...
자두 하나를 꺼내 쓱쓱 옷에 문지른 뒤 베어 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용서를 경험한 나 역시 그 아주머니처럼 용서하며 살고 있는 걸까?"

"무엇보다도 이제 예수그리스도의 용서를 알게 된 나인데 그것을 실천하며 살고 있는 걸까?"

이내 고개가 좌우로 저어진다.

[ 골로새서 3:13 ]
누가 누구에게 불만이 있거든 서로 용납하여 피차 용서하되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 같이 너희도 그리하고...

얼마 전 잘 아는 지인분과 자두를 먹으며 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분의 묵상입니다.
저도 이런 용서를 닮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