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요일 낮..
“삐릭..” 문자가 들어온다.
머꼬?.
“기념일을 축하드립니다 XXX에서 드리는 혜택으로 행복한 추억을 만드셔요!“

히..벌써 그날이네..
2월 22일 오리가 2마리 따라오는 듯 한 형상의 그날..
그래 오리 같은 두 아들 녀석들이 있지 피식 웃음이 난다.
29년 결혼 생활에서 저축해 놓은 것은 두아들 밖에 없다.
전화 하니 예약 받는 여직원의 목소리가 낭낭하다.
22일 주일 저녁 6시... 아내와 나 두 사람 예약하니 작은놈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결혼기념일이니 우리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 싶다.
아내에게 문자를 보낸다.
“여보 22일 저녁 약속있나? 예약했는데..근데 작은놈은 우야꼬?”
금방 답이 온다.
“벌써 그날이 왔어? 22일 다른 약속은 없고..막내 데려 가야지..”
붕어빵 아들은 끔직이도 챙긴다.

그러네..오래도.. 많이도.. 같이 살아왔다..
50을 넘고 나니 여기 저기 아프다고 끙끙 하던 아내..
가끔 농담으로 한마디 던진다.
“바꾸는 것보다 고쳐 쓰는 것이 싸게 먹히니 고쳐 쓰야제..”해도
싫은 내색 않고 픽 웃으며 농담을 받아주는 아내가 참 밉상이다.

오후 예배 후
B권사님께 여러 장로님들과 문병하고
집에들려서 간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엘리베이트로 내려오는
동안 아내의 얼굴을 자세 히보니..
처진 눈가에 주름이 몇 개 더 생긴 것 같다.
오른손으로 눈밑을 살포시 만져본다.
가슴이 시리다.

어둠이 내린 중앙공원 옆을 지나 예약한 xxx로 향하면서 까지..
셀.. 구역예기다... 예수쟁이 틀을 평생 벗어버리기는 틀린 부부인가 보다.

막내 놈 음식 가질러간 사이
꼭 잡은 아내의 손은 보드럽진 않지만 참 따스하다.
“여보. 그 동안 고생 많았제.. 쫌만 고생해라. 믿고 잘 살아 줘서 고맙고 고맙다..xxx데이.“
환하지 않은 불빛 밑의 살포시 웃는 아내의 가지런한 치아가 찹 곱다.
식사하려는데 큰놈이 전화한다.
“..축하해요. 맛있게 드셔요.”
나 또한 모두들 불경기라 하나 지금은 아무생각 나지 않는다.
참 좋다..행복하다.

琴瑟相和 (금슬상화)라 했던가?
거문고와 비파가 아름답고 조화로운 음률로 멋진 소리를 내는 것
처럼 지금까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나..(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얼마나 더 같이 이 땅에서 살지는 모르지만..
천국가는 날까지..
더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부부가 되고 싶다.
예쁘게 생기진 않았지만..난.. 아내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