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님을 비롯한 성문의 모든 가족여러분 안녕하시지요?

한국엔 장마가 시작된 것 같네요. 두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와 함께 좋아하시는 음악을 들으시며 행복한 순간들을 회상하시는 여유를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미국 입국한 이튿날, 캐나다 친구 집을 방문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미국 시애틀을 거쳐 어제 오전까지 함께 있었던 아내가 먼저 귀국한 샌프란시스코공항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마음이 많이 쓸쓸했습니다.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늘 제 곁에서 수족처럼 챙겨주던 아내와 두 달 동안 떨어져 지낸다고 생각하니 가을낙엽이 떨어질 때 부는 스산한 바람 같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부부간의 관계, 가족 간의 관계는 일상에서는 그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하다가 이렇게 헤어져있을 때 밀물처럼 내 마음에 부딪치며 잠자고 있던 나의 의식을 깨웁니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경험하며 살아도 날마다 부족함을 깨닫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가진 나이기에 아내와 가정의 소중함을 이국땅 어느 도시, 어느 이민가정집에서 이렇게 깨닫고 있습니다.

심리학자인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중에서 안전의 욕구와 애정과 소속감의 욕구를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내가 태어난 한국이 아닌 나라에 있다는 것과 가족과 함께 편히 쉴 수 있는 나의 집이 아닌 남의 집에서 나그네로 묵고 있다는 것이 그렇고, 거리를 지나거나 상점에 갈 때 내 곁을 지나가는 낯선 여러 민족 사람들로부터 느끼는 불안한 마음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과는 다르지만 오래 전에도, 가족을 영원히 볼 수 없다는 현실을 겪으며 엄청난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지금 역시 조금은 두려운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외로움과 함께 어우러져서 무엇인가 붙잡아 안정감을 찾아야한다는 욕구와, 내가 체류하는 동안만큼은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은 미국문화에 소속되어 불안정한 마음을 해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이런 마음이 외국에 있을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닌 것을 압니다. 내 나라 내 민족 내 가족과 함께 있어도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불안정한 마음 인 채로 살아가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진리를 발견 했습니다. 외롭고 힘든 상황에 처해있어 마음이 불안정 할 때 무엇인가 중심을 잡아, 흔들리고 있는 위험함에서 안전함으로 옮겨가야하는데 무엇을 중심으로 잡아야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요. 또한, 혼자 살 수 없어 어딘가에 소속된 사람으로 더불어 살아야하는데 어디에 소속 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요.

학교 다녀 온 아이들이 엄마하고 부르며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집에, 찾는 엄마가 부재중일 때 그 아이는 정서적불안함을 느끼고 두려운 마음, 외로운 마음에 휩싸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내가 외롭고 두려울 때 엄마를 찾듯이 하나님을 부르고 의지하면 내가 여기 있다하고 두 팔 벌리며 온화한 미소로 반겨주실 하나님을 이 곳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어른이 되어 머지않아 할아버지가 될 사람인데도 이런 정서적 불안으로 무엇인가를 붙잡아야 안정된 상태로 행복감을 추구할 수 있으니 사람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깨닫는 인생 공부를 하면서 더 높은 단계의 욕구실현을 해야 하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럼으로 나에게 능력주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인내하고 노력하는 과정에 주님이 개입하시어 나의 꿈을 성취하는 길로 손잡아 이끄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린 나이에 유학을 와서 외로움을 느끼고 집을 떠난 불안감을 느낄 때, 잘 못 선택하는 것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담배, 마약, 술, 퇴폐적인 행동들인데, 즉각적이고 쉽게 외로움을 해소하고자하는 잘못된 판단들이지요. 이럴 때, 찾아야하고 잡아야할 것은 이와 같은 잠시의 쾌락이 아니라 미래의 꿈이라는 것을 다음 세대들이 알면 좋겠습니다. 노력, 의지, 인내 등이 필수요소인 자기조절능력과 확실한 미래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과 구체적인 방법들을 실천할 수 있는 자기효능감이 미지의 내일을 알지 못해 방황하며 외로워하는 우리들에게 절대로 필요함을 알았습니다. 더불어, 주변의 가족들과 친구들의 격려와 정서적지원이 있음으로 My Way를 갈 수 있는데, 한국을 떠나오기 전에 나에게 주신 목사님과 교우님들의 격려가 얼마나 힘이 되고 있는지 모릅니다.

누군가의 지시나 필히 감당해야 할 의무로서 이 곳에 온 것이 아닌 이상 나의 선택으로 모든 결정을 할 수 있는데, 이 곳 생활이 불편하고 힘들다고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정서적 지원을 주신 분들의 얼굴이 떠오를 것입니다.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정서적지원인 것 같습니다. 마치 학생들이 부모의 무한한 사랑으로 정서적 지원을 받고 있을 때 힘들지만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하는 것처럼 말이죠.

어찌 보면 이런 외로움과 불안정한 상황 속에 빠져있을 때 우리들은 더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외로움, 슬픔, 불안정, 고난, 방황 등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만의 꿈에 대해 확신하고 인내하며 노력할 때 그 꿈을 성취해가는 과정 안에서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가 언제나 흔들림 없이 평안하고 안전한 곳에 소속되어 아무 걱정 없는 삶을 산다고 하면 참다운 성숙한 어른으로서의 삶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외로움을 글로 달래느라 길어졌나봅니다 ㅎㅎ. 이 곳에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깨달음의 생각들을 서 너 줄씩 노트에 적어놓고 있는데, 벌써 세 페이지를 채웠습니다. 낮선 곳으로의 여행이 이래서 값진 것인가 봅니다. 이번 여행이 인간의 심리를 탐구하는 여행인 것도 같습니다.

이곳은 썸머타임 중이라 이른 아침부터 밤 9시 넘어서도 해가 있고 한 낮에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인데 건조한 곳이라 해가 떨어지면 그리 뜨겁지 않습니다.

한국은 무덥고 습도가 높은 날씨 일 텐데 건강 조심하셔서 늘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김세용집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