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 소풍 - 김재홍 장로
 
밤나무 연두색 잎이 돋아 오르고 아침부터 뻐꾸기가 웁니다.
바람이 커다란 옷감을 펼쳐 나무들의 푸른 이파리를 흔들어 깨우며 
산을 넘는 게 보입니다. 
벽초지에는 군데군데 모여 서 있는 온갖 식물의 짙은 녹색 사이로 자라 오르는 
연두색 활엽수 잎들, 그리고 연회색 이파리를 일제히 뒤집으며 햇빛을 털어내는 
나무와 꽃들의 군무가 장관입니다.

하늘이 티 하나없이 파랗고 햇살 밝은 5월의 어느 아침
대원들 손 잡고 이름하여 수련회를 떠났습니다
정장차림은 벗어버리고 저마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 입고
조금씩 멋도 부려 보고 창 넓은 모자도 하나씩 쓰고
썬크림 바르고 썬글라스로 다시 포장한 얼굴 보며
서로 웃으며 입이 찢어지게 깔깔 대고 싶은 맘으로.

늘 성문 궁정안에서만 보아왔던 여러 대원들의
밖에서의 참 모습은 또 어떠할 까 많이 궁금합니다.
여전히 우린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
끼 많은 분들의 진면목을 볼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하나님께서 선물한 신묘막측의 벽초지 푸른 운동장에서
서로 어깨 안고 얼굴 마주하며 박장대소한 기억은 
"추억하기 전에 늘 기억하겠다 "는 말처럼 
늘 기억하며 그 날의 기쁨을 간직할 것입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며 부지런히 피사체가 되셔서
자연스런 포즈 취하시는 데 일등이신 우리 송기덕 권사님...
우리를 위해 게임을 준비하고 진행한 실내용 사회자 대식이와 보조자 설희
야외라서 많이 힘들었을 텐 데...생각해보니 참 감사했답니다.
아프고 지친 몸을 이끌고 우리와 함께한 김숙영집사 부부와 그 자녀의 가족애는
벽초지 푸른 신록과 향기로움에 더욱 빛이 났었어요.
"라일락 향기..."이런 제목의 이문세 노래를 불러 깜짝 놀라게 한
임규택 청년이 아주 듬직해  보이더군요.
숫자와 연산을 조합하여 답을 구하는 문제에 발군의 실력을 보인 유진이도 
벽초지 향기에 버금가는 아름다움으로 수 놓았구요.
만사형통,운수대통,의사소통의 통,통,통 팀 주장인 장호석집사의 
무쇠팔 인격배 돌진으로 우승한 게임 피날레도 즐거웠지요.

이런 생각을 하다가 창밖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여전히 하늘은 푸르고 성주산 오르는 가녀린 오솔길 따라
정겨움이 물씬 묻어 납니다.
아주 가끔은 뻐꾸기 울고 그 소리 혼자 듣고 있습니다.
공연히 여러 대원들 생각 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만 바라봅니다.
눈 감으면 더 생각 날 것 같아 눈 뜨고 바라봅니다.
대장님과 두 분 총무님 그리고 여러 임역원들...
장소 섭외하느라 고심하고 혹 불평있지 않나 노심초사하던 지휘자님...
함께했던 여러 대원님들...
그리고 여러 이유로 불참했던 대원님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임마누엘 성가대는 이렇게 있어 왔고
또 그렇게 이어져 갈 것입니다.
50여년 뒤 우리 소천하여 천국에 있을 때,
은정이나 정제가 명예 권사나 
은퇴 장로가 될 때까지 그 뒤로도 주우욱 임마누엘은 계속될 것입니다. 아멘 아멘!!!

***김영섭 총무님이 올리신 사진 동영상을 보고 감사한 맘으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