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계실 예전의 성문 동역자들에게

        

모든 조개가 진주를 품는것은 아닙니다.
조개속에 들어온 모든 모래가 다 진주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살속으로 들어온 모래를 모른체 하고 그냥 두면 
모래로 인해 더 큰 상처는 생기지 않습니다.


살이 조금씩 곪는다 해도 그대로 두고 있으면
상처를 씻어 내기위해 고생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어떤 조개는 모래가 들어와 상처가 생기면
나카라는 물질을 내어 모래를 싸 바릅니다.
온몸을 다해 액을 내어 모래를 싸 바르며
모래와 싸웁니다.


몇달이고 몇년이고 그렇게 제 몸속에 들어와 
상처를 내는 것들과 싸우는 동안 생긴 것이 진주입니다.
모래알을 덮은 나카가 많을 수록 진주의 크기는 커집니다.


진주의 크기는 조개가 상처와 싸운만큼의 크기입니다.
상처와 싸우며 흘린 눈물에 따라,
고통에 몸부림친 기간의 차이에 따라
보석의 크기가 결정됩니다.


살면서 받을 수 밖에 없는 상처와 어려움을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회피하는 삶에는
보석같이 빛나는 날 또한 찾아오지 않습니다.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회피한다고 해서
고난과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모래가 살에 박혔는데도 모르는 척하고 있는 조개는
그걸 제몸의 액으로 싸바르는 일을 
고통스럽게 행하지 않아도 되지만
서서히 깊어지는 병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모래로 인한 상처 때문에 죽게됩니다.
살면서 피할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시련의 날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맞서서 이겨낸 조개들은 아름답습니다.
그 눈물의 날들이 있어서 아름답습니다.
눈물로 진주를 만드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어딘가에 계실 사랑하는 예전의 성문 교우님들이 
불현 듯 그리워졌습니다.
위 글의 진주처럼 아름다운 삶들을 영위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여러가지 연유로 성문궁정을 떠나 또 다른 궁정에서
주님과 동행하시리라 여기기에 마음은 덜 섭섭합니다만
한때 함께 주를 찬양하고 주를 그리며 주와 동행의 길을 걸었던
추억이 새록 새록 다가 와 
저물어 가는 가을따라 교우님들이 그립군요.


어제 밤에는 늦가을비가 내렸지요.
밤새도록 비를 맞고도 아침이면 그냥
툭툭 털고 일어서는 나무의 모습이 믿음직스럽습니다.
고통을 과장하지 않고
시련때문에 아우성치지도 않으며
늘 담담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것들이 지나가면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퍼붓는 빗발을 끝까지 다 
맞고난 나무들은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여러분들이 잠시 거쳐 머무시는 동안의 성문궁정은
그대들을 향한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가득하답니다.
비록 몸은 떠나계시지만
위 진주와 나무처럼 아름다우시길 축원하고 기도드립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신다면
망망대해 돛단배같은 심정으로,
섬을 찾아 닻을 내리고픈 심정으로,
여러분들을 축복하고 또 축복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기획행정국 김재홍 장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