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름에게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쓸모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쓸모없이 살다갑니까

검은 벽 검은 꽃 그림자같은
어두운 향료

고독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
겨울 밤
고독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워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 중 특별하기론
고독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
그 중 특별하기론 고독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때문에
고독도 과해서 못 가진 이름에
울면서 눈 감고 입술을 대는 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는 쓸모없이 살다 갑니다

김남조 시인...

1927년 대구 산
기독교적 인간애와 윤리관을 바탕으로
사랑과 인생을 섬세한 언어로 형상화해
"사랑의 시인"으로 불리는 여류 계관 시인.
경제적으로 빈곤한 자나
마음이 가난한 자들에게 비관보다는 긍정을 심어 주고
따뜻한 시어로 위로하고 싶다는 시인은
노천명, 모윤숙의 뒤를 이어 
여류 시인의 계보를 잇는다.
긍정적 사고 방식이 몸에 밴 시인은
늙음과 고독도 하나의 축복으로 받아 드리라고 조언한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우님들...
오늘 담임 목사님 설교말씀처럼
눈물과 고독의 선지자 예레미야를 읽고 들으며
위 시를 생각했지요.
바벨론의 정복자들에게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할 수밖에 없었던
애레미야의 눈물과 고독은 민족의 고난을 너무도 슬퍼했기에
눈물의 선지자로 불리워지지요.
평화롭게 항복하라...아~~~~~~~
지금도 "통곡의 벽"에는 예레미야애가가 기록되어
당시 눈물과 고독의 역사를 기억하게 한답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는 쓸모없이 살다 갑니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지만
오늘부터 저는
고독한 남자 예레미야 선지자...
그를 다시 한번 깊이 천착해 보고 싶은 
주의 성일입니다.

신묘년 새해가 이제 정말 밝았네요.
복 많이 받으시고
만사형통, 말씀대통, 의사소통의 복을 누리시길 
두손 모아 축원드립니다. 아멘 아멘^*^